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우리는 이전에 생각지 못한 것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입시 취업 연애 건강 등 우리의 관심사와 고민거리는 나이 대와 분명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반면 나이와 무관하게 우리가 항상 고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 사이의 ‘관계’ -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말이다. 조현지 작가는 캔버스 위에 관계를 풀어내고 있다. 다채로운 색상들은 면으로서 무한한 하나의 우주를 만들고 독립적인 존재들은 우주 속에서 별처럼 빛나고 있다. 하지만 각기 흩어져 있는 존재들은 서로 이어져있다. 군더더기 없는 화면은 회화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요소 점, 선, 면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마치 관계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듯 말이다.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우연성 즉흥성은 동시 다발적으로 어우러진다. 우리가 맺어가는 관계 또한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표현적 특성과 다르지 않다. 인위적인 방식이든 혹은 예상치 못한 우연적인 만남이든 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렇게 무수히 형성된 관계의 망 속에 우리는 하나의 개체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관계에 목말라 하고 있다. 관계 속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우리지만 의미를 갖게 되는 관계란 쉽지 않다. 무의미한 관계로 지치기도 하고 안정되지 않은 관계는 삶에 불안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당신의 관계는 과연 어떠한가. 조현지 작가는 우리의 삶 속 관계를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