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영준, 무제#17Acrylic on Canvas, 181.8 x 227.3cm, 2019작가 ▶ 오영준(Oh Youngjun)일정 ▶ 2022. 07. 16 ~ 2022. 07. 30관람시간 ▶ 11:00 ~ 18:00(일요일 예약제)∽ ∥ ∽스페이스 엄(SPACE UM)서울시 서초구 방배로42길 3902-540-1212www.spaceum.co.kr● 비와 나무 Rainy Forest오영준1. 비가 오는 여름날이면 어린 시절의 나는 시골집 마루에 걸터앉아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곤 했다. 비에 젖은 마당의 진한 흙냄새와 풀냄새를 맡으며, 비바람에 조용하게 흔들리는 나무들을 바라보던 그 시간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2. 나는 미리 관찰해둔 대상에 대한 기억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 소멸, 융합, 풍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강한 인상들을 최대한 작품에 고스란히 옮겨내는 방식을 쓴다. 이 기억추출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그 기억을 현장에서 직접 겪은 나 자신의 총체적인 경험이지 특정된 이미지가 아니기에 나는 사진을 모방하는 방식을 의도적으로 제한한다. 카메라는 단지 구도 연습이나 대상의 관찰을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할 뿐 이미 찍어둔 사진은 활용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에겐 형태가 명확하지 않은 기억, 경험, 인상, 감정 등을 한꺼번에 버무려 캔버스에 올려놓는 과정에서 사진이라는 고정된 이미지는 오히려 풍부한 표현을 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다.▲ 오영준, Forest#2Acrylic on Canvas, 65.1 x 53cm, 2021 ▲ 오영준, 기억 속의 나무#5Acrylic on Canvas, 53 x 45.5cm, 2022 ▲ 오영준, 기억 속의 나무Acrylic on Canvas, 72.5 x 60.5cm, 2022 ▲ 오영준, 뒷마당Acrylic on Canvas, 72.7 x 60.6cm, 2022 ▲ 오영준, 상림숲 #1Acrylic on Canvas, 162.2 x 130.3cm, 20203. 내적 필연성에 이끌려 캔버스를 마주한 그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몸 상태, 감정 상태 그리고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세워진 정신상태이다. 첫 개인전 포함 백 점이 넘는 작품을 그려왔지만 단 몇 작품만이 완벽한 조건으로 완성되었다. <무제 #1>, <아련함>이 대표적인데 이런 작품들은 작업 시작부터, 작품을 완성하고 붓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군더더기 없는 한 호흡’에 이루어졌다는 만족감과 함께 강렬한 정신적 쾌감을 준다. 불과 몇 분 전에 완성한 작품임에도 마치 수십 년을 동고동락해온 친자식 같은 애정이 생겨버리는 이 빛나는 경험을 한번 겪고 나면, 다시 한번 그 순간을 누리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게 될 수밖에 없다. 작가란 그 빛을 다시 한번 잡기 위해 평생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아닐까.4. 시리즈의 구분과 상관없이 작품들은 모두 전선 다발로 직접 제작한 붓(붓보단 채찍에 가깝게 생겼지만)으로 그려졌다. 붓 하나에 30개에서 많게는 60개에 이르는 꼬아진 끝부분들은 아크릴 물감이 묻은 채로 캔버스화면에 빠르게 두드려지거나, 천천히 긁히거나, 살포시 얹혀서 특유의 질감과 마띠에르를 형성해낸다. 건물 외장용 퍼티에 접착제를 섞어 강하게 만든 미디엄도 강조하고 싶은 곳에 사용해 더 강한 인상을 유도한다. 전선 다발에 달린 수십 개의 끝부분은 사실 완벽하게 제어할 순 없으며 몇몇 가닥들은 제멋대로 다른 색을 찍어 바르거나 아예 다른 방향으로 그어지곤 한다. 하지만 나는 심각한 부조화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이 우연적인 효과를 오히려 반긴다. 우연적인 붓 터치는 앞서 말한 기억 속에서의 숙성과정에서, 잘 제어하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본능 혹은 무의식의 작용과도 비슷하다. 그리고 우연은 또 다른 우연을 낳아 새로운 작품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5. 이번 <비와 나무> 전의 작품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성되어있다. <폭우>, <우수>와 같이 비의 기억을 그린 시리즈, 그리고 <Forest #2>, <상림숲 #1>처럼 숲과 나무에 대한 기억을 그린 시리즈. 나는 2019년의 첫 개인전 <야상곡>부터 2021년의 개인전 <울림과 울림>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자연현상이나 풍경을 소재로 사용해왔다. 자연은 시골에서 자란 내 유년기 대부분의 기억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사랑, 경외, 그리움 같은 다양한 감정들의 싹을 틔워준 소중한 존재다. 가슴 속의 이 갈증, 자연과 기억에 대한 표현 욕구가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는 계속해서 같은 주제에 매달려보고 싶다. ▲ 오영준, 아카시아Acrylic on Canvas, 72.7 x 72.7cm, 2022 ▲ 오영준, 우수#2Acrylic on Canvas, 65.1 x 53cm, 2020 ▲ 오영준, 우수#4Acrylic on Canvas, 72.7 x 60.6cm, 2022 ▲ 오영준, 폭우 #1Acrylic on Canvas, 50 x 60.6cm, 2020오영준(Oh Youngjun)2015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졸업개인전2021 울림과 鬱林, 토포하우스(서울)2019 바람-바람, 갤러리너트(서울)2019 야상곡, 아티스트런스페이스 쇼앤텔(서울)단체전2022 우리가 숲이 되어, 갤러리두(서울)2020 IN A FIT, 구미코(경북)2019 더 적음과 더 많음,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전남)2019 예술행위 이어가기 2-2_숨 고르기, 영등포아트홀(서울)2019 예술행위 이어가기 2-1_숨 고르기, 레인보우큐브(서울)2019 갤러리너트 선정작가 특별전, 갤러리너트(서울)2018 예술행위 이어가기 1-2_보통의 전시, 킵인터치(서울)2018 예술행위 이어가기 1-1_보통의 전시, 쇼앤텔(서울)2018 매직월드-상상공작소, 경상남도 문화예술회관(경남)